건강·맛집

액상과당

부산갈매기88 2010. 4. 21. 07:30

1950년대 중반 미국 아이오와 주의 한 식품연구소(CCPC)에서는 세계 식품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옥수수에서 뽑아낸 액상과당(HFCS)이 바로 그것이다. 과일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액체상태의 당이라는 뜻의 액상과당은 사탕수수나 사탕무로 만든 설탕보다 더 달면서도 가격은 훨씬 쌌다.

 

그러나 실용화는 십여 년 뒤인 71년 일본의 한 연구소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조효소로 액상과당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뤄졌다. 덕분에 과잉생산으로 처치 곤란이던 미국산 옥수수 소비에도 새로운 해법이 열렸다. 단맛이 더 강한 펩시콜라에 고전하던 코카콜라는 80년 설탕 대신에 자사의 모든 제품에 액상과당을 쓰기로 했다. 생산비를 낮추면서도 단맛은 증가된 코카콜라가 대성공을 거두자, 펩시도 뒤를 따랐다.

 

최근 우리 식습관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액상과당이라는 당분이다. 액상과당은 설탕 대용 물질로, 음료수나 과자 등 단맛을 내는 대부분의 식품에 들어있다.

 

그런데 이 액상과당이 렙틴분비를 억제하여 뇌가 배부르다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끔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렐린이 계속 분비되다보니 위속에 음식이 있는데도 끊임없이 배고프다는 느낌이 든다. 배고픔과 배부름을 주관하는 주요 호르몬 조절에 이중으로 실패함으로써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고 덩달아 몸무게도 늘어난다.

 

식품제조회사가 내놓은 저지방 식품에도 액상과당으로 함정을 파놓았다. 지방을 대신해서 식품의 맛을 내기위해 아무 영양가도 없고, 칼로리만 있는 설탕과 액상과당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과일주스류 등 각종 음료수와 과자·잼·통조림 등 거의 모든 식품회사들도 비싼 설탕 대신 값싼 액상과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액상과당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줄이기 때문에 액상과당이 든 음식을 먹으면 배부른 것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된다.

 

설탕이 든 콜라는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속이 매스꺼워져 먹는 데 한계가 있지만, 액상과당이 든 콜라는 1~2리터를 한 번에 마실 수 있고, 몇 분 뒤면 또 입맛이 당긴다. 탄산음료가 비만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이유의 하나다. 액상과당이 탄산음료에 쓰인 뒤 미국 청소년의 비만율이 6~16%포인트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

 

옥수수값 상승 등으로 액상과당 가격이 올라 국내 제과 및 음료업체들이 다시 설탕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가 될까? 과일 등 자연식품에서 당분을 섭취하고,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든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다.

 

 

한겨례신문 2008. 6월 7일자 발췌 편집: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