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용기'가 구한 딸

부산갈매기88 2010. 4. 26. 18:27

한 중년의 남자가 어느 날 저녁,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치는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어떤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돌아보니 어떤 소녀가 치한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뛰어가 도와줘야 할까? 가까운 공중전화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심 어렵고 귀찮은 상황에 휩싸이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그가 망설였던 시간은 불과 2~3초에 불과했다.

 

그 사이 소녀의 비명소리는 잦아들고 있었다.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지우며 일단 소녀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처음에 가졌던 귀찮고 두려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불끈 용기가 치솟았다.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간 그 남자는 치한과 불과 몇 분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치한은 도망을 쳤다.

 

그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순간, 그는 낯익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다.

“아빠, 아빠셨구나!”

 

비명을 지르던 그 소녀는 바로 그 남자의 막내딸이었기 때문이다.

 

*때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귀찮고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마음을 흐려놓기 때문이다.

 

각박한 삶 속에 이러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쉬운 까닭은 여기에 있다. 비록 잠시 동안 귀찮고 두려울지 몰라도 그로 인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어째서 주저하겠는가. 그리고 언젠가는 용기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종웅 <행복은 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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