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바닥부터 배워라; 송해

부산갈매기88 2009. 4. 6. 17:23

“전구욱~ 노래자라앙~”

 

이 구수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장수 프로그램의 최장, 최고령 진행자 송해 씨.

그는 1927년생. 올해 여든 두 살이다. 21년째 이 프로그램의 사회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가 노래자랑 진행을 맡은 것은 환갑을 넘긴 예순 한 살 때였다.

 

그는 꼬마에게는 할아버지. 아주머니에게는 시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아들. 마을 이장에게는 동네 친구 등 무대에 오르는 모든 사람에게 맞춰주고 식구가 된다. 그에게는 뒤를 보아줄 매니저도, 심지어 무대 의상을 나르는 코디도 없다. 의상 협찬도 받지 않는다. 직접 돌아다니며 옷을 고른다. 전철을 타고 집과 방송국, 사무실을 오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철저한 사전 준비이다. 그는 노래자랑 녹화 전날 현지로 가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목욕탕에서 그 지역 관심사를 묻고, 애환을 듣는다. 하룻밤을 자며 동네 인심을 파악한다. 주민과 하나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런 경험이 녹화 때 고스란히 반영됨은 물론이다.

 

그는 그 현장감 때문에 즐겁고 유쾌하게 나이를 먹는다. 그런 송해 씨는 요즘의 세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바닥부터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할 텐데 다들 너무 성급해요. 하루아침에 이루려 하고, 번쩍 하면 스타가 되는 것으로 착각해요. 그 계산서가 나중에 나온다는 걸 모르고 말이에요.”

 

이재준 <절대긍정으로 산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