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인생의 핀치를 기지로!

부산갈매기88 2010. 6. 16. 08:07

어느 날 한 재상이 이발사를 불러 이발을 했다.

그런데 이발사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로 재상의 눈썹을 밀어버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이발사는 재상이 이를 눈치 채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벌 떨었다. 자신의 저지른 실수인 것이 명백하니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이발사는 속으로 애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워낙 많은 이발사는 칭찬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는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이용해 기지를 발휘하기로 한 그는 다급하게 면도하던 손을 멈추고 재상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재상의 오장육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발사의 생뚱맞은 행동을 의아해하며 재상이 물었다.

“어째서 면도하다 말고 내 배만 그렇게 쳐다보는가?”

“사람들이 재상님의 배는 배를 띄울 만큼 넓다고 하기에 보고 있는 겁니다.”

 

이발사의 엉뚱한 대답에 재상은 껄껄하며 웃었다.

“그건 진짜 내 몸의 배가 크다는 소리가 아니라 넓은 도량을 가졌다는 의미겠지. 평소 사소한 일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지 않고 너그럽게 포용한다는 말이네!”

 

이 말을 듣던 이발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재상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애원했다.

“제가 몹쓸 놈입니다. 방금 전에 면도를 하다가 실수로 재상님의 눈썹을 밀어버렸습니다. 재상님의 마음 씀씀이가 그토록 크다 하시니 제발 한 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갑자기 한쪽 눈썹이 밀려나갔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재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돌 씹은 표정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혼쭐을 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이대로 화를 냈다가는 도량이 넓다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마저 먹칠을 할 게 뻔했다.

 

결국 재상은 선심 쓰듯 온화하게 말했다.

“됐네, 어서 펜을 가져다 눈썹을 그려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