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저승사자의 장부

부산갈매기88 2010. 7. 19. 08:24

아주 깊은 밤, 중환자실의 어느 말기 암 환자에게 숨쉴 수 있는 마지막 1분이 남겨졌다. 그는 곁에서 기다리는 저승사자에게 애원했다.

 

“제게 딱 1분만 더 주세요. 그 1분 동안 마지막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또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나뭇잎이 땅에 떨어질 때 들리는 그 작은 소리를 듣고 싶어요.”

 

“자네 생각도 그리 나쁘진 않군. 하지만 난 자네에게 시간을 더 줄 수가 없네. 자네는 인생이 주는 선물인 시간을 단 한 순간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거든. 못 믿겠다면 내가 자네에게 준 시간 장부를 보게나.”

 

저승사자는 환자에게 장부를 내밀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당신은 60평생 중 반을 잠자는 데 썼네. 이건 뭐, 그다지 탓할 생각이 없네. 어차피 이삼십 년은 자네가 편할 대로 사용하도록 허락했으니까. 나머지 30년을 살펴보게. 자네가 한숨 쉬며 대충 흘러가는 시간을 때운 게 무려 1만 번이네. 자네는 이것 때문에 인생을 따분하고 의미 없게 보내는 법을 깨우친 셈이지. 좀더 자세히 말해줄까?”

 

1.도박(매일 2시간씩): 20대 초반부터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총 6,500시간(약 39만 분) 소비.

 

2.음주(매번 살짝 마셨다고 하지만 사실 그 말을 믿을 수 없음): 20대 초반부터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도박에 상당하는 시간 소비.

 

3.업무(거래처 접대하기, 출근 전 TV 보며 꾸물거리기, 틈만 나면 담배 피우기, 업무 시간에 각종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근거 없는 기사 보며 낄낄대기, 다른 사람을 헐뜯는 나쁜 소문에 끼어들기 등등): 도박 시간과 음주 시간을 합한 시간과 맞먹음.

 

4.기타(사는 게 재미없고 허무하고 외롭다며 한숨 쉬기, 이웃과 친구에게 도박하자고 꼬드기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오락 빼앗기, 밤새도록 인터넷 채팅하기, 닉네임은 ‘착하고 섹시한 젊은 오빠)

장부를 잃어내려 가던 저승사자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또 발견했다.

 

“아니, 당신, 최면술 학회에서 왕성을 활동을 했군. 그럼 당신의 수면 시간은 30년을 초과하겠네. 게다가 학회장을 맡아 회원들에게 당신과 같은 생활리듬을 권유했군. 그리고......”

 

1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말았다. 결국 환자는 자신의 지난 과오를 들으면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허샨 <잘 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