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훌륭한 의사의 처방

부산갈매기88 2010. 7. 22. 12:11

암스테르담의 큰 부자였던 그의 하루 일과는 늦게 일어나서 오전 내내 소파에 앉아 뭉그적거리다가 점심 때가 되면 폭식을 하고 오후에도 빈둥거리다가 틈틈이 먹고 밤에는 연회에 참석해서 양껏 먹고 마시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점차 살이 쪄 숨쉬기도 곤란해졌고 암스테르담의 의사들치고 이 부자를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 그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명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에게 진찰을 받으면 건강은 물론 죽음까지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부자는 곧 자신의 병 증세를 자세히 적어 보냈고 의사는 곧 부자의 병을 알아차리고 답장을 썼다.

"당신의 병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당신은 뱃속에 주둥이가 일곱 개쯤 달린 뱀처럼 생긴 짐승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놈과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해보아야 하니 직접 오셔야 합니다. 그런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아무 것도 타지 말고 반드시 걸어오십시오. 둘째, 음식을 적당히 먹고 채식을 하십시오. 이 같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당신은 내년에 뻐꾸기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할 테니 알아서 하십시오."

협박성에 가까운 편지에 정신이 번쩍 난 부자는 의사의 지시대로 바로 장화를 신고 길을 떠났다. 첫날은 심술이 뻗치고 불편해 걸음걸이가 느리기 짝이 없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도 짜증이 나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에게 새들의 노랫소리도 즐겁게 들리기 시작하고 풀섶에 맺힌 이슬과 들꽃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신선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걷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다정했다. 집을 떠난지 반 달이 지나 부자는 마침내 의사에게 왔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는 의사의 말에 부자는 "아뇨, 지금은 아주 건강하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대답했다. 의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도우셨군요. 당신 뱃속의 뱀은 이제 죽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알은 남아 있으니까 가실 때도 걸어서 가시고 집에 가서도 장작을 패거나 정원의 풀을 뽑는 따위의 일을 남몰래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그럼 당신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선생님은 정말로 훌륭한 의사십니다."


의사는 아무런 알약도 물약도 가루약도 주지 않았다. 부자는 의사의 충고를 지켜 90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낮은 울타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