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양산 환타지아-지산마을-백운암-함박재-시살등-통도사 산행(3)

부산갈매기88 2010. 12. 3. 15:31

시살등(981m)을 지나서 오룡산(951m)방향으로 능선을 따라간다. 소걸음인 내 결음으로 함박재에서 시살등까지 1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정상을 정복한 자가 세상을 굽어보고 누릴 수 있는 자유랄까 뭐 그런 것이다.

바람은 쌩쌩 불기에 옷깃을 여미어 본다. 투구 같이 생긴 투구봉에 올라서려니 바람이 너무 세어서 날아갈 것 같기에 그만 두고 밑에서 사진만 찍었다.

 

한 달 전에 영축산과 신불산을 거쳐 가면서 이곳을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혼자서 여유자적하며 걷노라니 구름이 끼고 울쓰년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자연을 향한 나의 마음과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

 

우리의 삶이 물질로 내달리다 보니 정신은 매말라가고, 가진 자의 인생길만 올려다 보는 경향이 많다. 이 산 속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 잘 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부자도 빈자도 모두 땀을 흘려야 올라 올 수 있는 곳이기에 더 값지다.

 

여기저기 지정거리며 오룡산 방향을 쳐다보기도 하고, 앞서 다녀온 배내골 방향의 향로산을 쳐다 보기도 한다. 또 내가 걸어온 뒤 방향의 영축산을 돌아보기도 한다. 인생은 어차피 가지 않는 길에 대해서 미련은 남기 마련이고, 간 길에 대해서는 회상을 해 보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다.

 

오룡산을 가기 전 고개에서 자장암 방향의 골짜기로 내려섰다. 그 능선에서 임도까지 50여 분 정도 계곡과 너덜지대가 연결되어 있고, 경사가 가파른 데가 낙엽이 많이 깔려 있어서 걷기가 수월치 않았다. 지금은 죄다 말라버려서 볼 것이 없었지만, 여름철이라면 정말 멋진 계곡 산행이 될 것 같았다.

 

임도를 만나기 전 퍼질고 앉아서 감으로 요기를 해 본다.

홀로 산행함은 자연이 바로 친구이기에 신경 쓸 것이 없다. 그저 가랑잎이 친구이고, 억새가 친구이다. 누가 가자고 재촉하지 않더라도 해거름이 지기 전에 내가 알아서 가면 그만이다.

 

임도를 따라 자장암까지 거의 50여 분을 왔다. 그리고 또다시 지산마을로 향하니, 나의 걸음걸이로는 어쩔 수 없어 10여 분 전에 마을버스가 떠나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종점 가게에서 어묵을 두 개 씹어보며 묘안을 짜 본다. 40분 정도 남은 시간이라 콜택시를 부르니, 5분만에 달려온다.

 

이리하여 양산환타지아 옆 지산마을-비로암 옆 임도-백운암-함박재-채이등-죽바위등(투구등)-한피기재-시살등-오룡산 가기 전 안부(고개)-임도-서축암-세심교-지산마을까지 7시간 반 정도의 산행은 끝이 났다.

 

산꾼들은 5시간이면 걸릴 거리를 나는 더 많은 시간 헐떡거리며 한바퀴 돌고 왔지만, 건강이 회복되어 가고 있는 즐거움에 매주 토요일은 기대가 된다. 한 주일을 시작하게 되면 어디를 가야할지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오룡산 가기 전 고개(안부)에서 왼쪽 계곡 쪽으로 하산>

          <이 소나무도 때론 세상을 향해 몸을 뒤틀며 몸부림치고 싶다?>

          <몸은 자빠져도 그래도 나도 살아야 하리!>

          <때로는 들어 얹혀서라도 살아가야 하리!>

                <덤으로 사는 인생이고 싶어라!>

 

          <때론 내가 껴안고 살아가야 하리!>

               <여름이라면 얼마나 좋은 계곡일까?>

          <임도: 자장암 방향>

               <아래 임도에서 바라 본 투구봉>

          <한피기고개에서 내려온 산행길과 마주친 임도에서 서축암 쪽으로 하산>

               <서축암 부근의 정비된 도랑>

          <서축암>

           <서축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