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언양 밝얼산-가메봉-배내봉-오두산 산행(2)

부산갈매기88 2010. 12. 15. 14:13

들머리는 7~8분 정도 아주 완만하여 기분좋게 출발할 수 있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된비알이 나타난다. 그래도 다른 산들에 비해서 아주 양반이다. 505미터 봉우리까지는 땀이 촉촉히 밸 정도이다. 505미터 능선에 올라서면 아래를 조망할 수 있다.

 

거기서부터 밝얼산까지 소걸음으로 2시간이 걸렸다. 이어서 가메봉(760m)까지 15~16분 정도 걸렸고, 배내봉(966m)까지는 일반 산꾼들 같으면 2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을 나는 4시간 걸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산행한 덕분에 그나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얼굴색도 예전의 색깔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메봉에서 배내봉까지 가는 산길은 대체로 완만하나 배내봉이 가까워질수록 제법 가파르다. 바람이 많이 부는 탓으로 완전무장과 휴식을 위해 두 번이나 길가에 앉아서 요기를 하기도 했다. 나의 요깃거리는 삶은 고구마 2개, 밀감 4~5개, 굵은 사과 1~2개, 감 1~2개, 양파즙 1개, 보온병의 물 등이다. 당뇨병으로 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배내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다. 배내고개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밝얼산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잘 살아온 인생이라면 추억을 위해 뒤를 돌아보기도 할 테지만, 고통과 시련을 동반한 삶이라면 아련한 추억을 밀어내고 싶기도 할 것이다. 동서남북으로 돌아보니 한 달전에 올랐던 신불산, 그리고 향로산, 가지산 등이 올려다 보인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한기를 느껴 오두산 방향으로 내 달린다. 봄철이라면 능선의 철쭉이 정말 멋있었을 같았다. 헬기장을 지나 20여 분을 내려가니 경사가 급해서 나무계단을 그럴 듯하게 다듬어놓았다.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안부에서 오두산까지는 오르막이다. 능선을 타고 가는 맛도 아주 괜찮다. 여름이라면 이파리로 죄다 덮여 버렸겠지만, 지금은 간간히 아래를 조망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배내봉에서 오두산까지 얼추 1시간 정도 왔지 싶다. 중요한 사실은 돌담봉((743m)을 지나면 하산길은 가파르고, 안부 285m를 지났을 때는 거의 의욕을 상실할 지경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깍아지른 절멱이 200여 미터 이상 전개되었다. 눈물이 핑 돌고 하체가 휘청거렸다.

 

하산길도 낙엽에 덮여서 제대로 보이지 않고, 70~80도 깍아지른 절벽길이라 어디 의지하기도 마땅치가 않았다. 비몽사몽간에 내려오긴 했지만, 그 위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택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미련도 남았다. 그게 인간이 아닌가?

 

6시간 넘게 걸었다. 임도가 나타나는 무덤가에서 내의를 갈아입고, 마을 부근에 오니 멋진 울타리가 처진 큰 별장이 보였다. 별장 안의 정원수들이 멋있다고 감탄하는 사이에 한 남자가 별장 앞에 세워진 스포티지차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그를 지나 4~5미터 가는데, 그가 뒤따라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언양터미널까지 간다고 했더니 자기가 가는 상북면 사무소까지 태워주겠단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인데, 웬 횡재!

혼자서 걸어가노라면 25분 정도는 족히 될 거리를 동승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왔다. 그도 22년 동안 당뇨와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제 1년 반 밖에 안 되었는데, 선배로서 나에게 조언을 했다. 

 

생각보다 1시간 빠르게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생은 때론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답을 얻기도 한다는 사실을.

 

            <뒤돌아 본 밝얼산>

                                     

                <배내봉(966m)>

 

            <맞은 편이 가지산>

 

            <가야 할 오두산 방향>

 

               <배내고개의 울산 학생회관>

            <나뭇가지가 위로 뻗는 놈도 있지만, 옆으로 기는 놈도 있는겨?>

           

 

 

<오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