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을 밝혀낸 젊은이
1953년, 당시 25세의 젊은 대학원생이었던 시카고 대학의 스탠리 로이드 밀러(Stanley Lloyd Miller, 1930~2007)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기발한 착상을 했다.
그것은 지구에서 생명이 시작되기 전에 존재했던 것과 똑같은 조건을 갖춰 준다면 생명체의 출현에 관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중수소 발견으로 193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헤럴드 유리(Herold Urey) 교수의 제자였지만, 유리 교수는 물론, 동료들이 비웃을까봐 은밀히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시험관을 살균처리한 후, 그 속에 원시 지구의 대기 성분이던 메탄 (CH4), 암모니아 (NH3), 수소 (H2),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집어넣었다. 그는 또 이 실험에서 원시 지구의 상태와 동일하게 해주기 위해서 물을 첨가하고 원시 지구의 번개 대신에 1주일 동안 전기 방전을 통해 에너지를 제공해 줬다.
이 실험은 실제로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시험관 속에는 놀랍게도 생명의 필수 성분인 아미노산이 포함된 지방산, 당(sugar)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기물질이 생성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생명을 잉태한 ‘원시 수프(primeval! soup)’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실험은 곧 물질과 생명 사이에 최초의 다리를 놓는 것으로 평가 속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과학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게 단순한 실험으로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밀러가 행한 실험은 오늘날 모든 생물 교과서에서 볼 수 있다. 이 실험의 의의는 단지 그전부터 인간들이 꿈꿔왔던 공상을 실현시켰다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 탄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데 있다. 이 발견에 따르면, 원시 대기로부터 원시 단백질이 형성되고, 이 원시 단백질은 더 큰 구조물인 거대 분자 유기물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는 또 다시 더 큰 생물의 구조물인 세포와 같은 물질을 구성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 실험을 통해서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의 비밀을 푸는 시도는 성공적인 듯했다.
그러나 이 젊은 화학자의 실험은 기대와는 달리 그 후로 빛나는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가 원시 지구 대기라고 설정했던 대기의 구성 성분과 실제의 원시 지구의 대기 성분이 똑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의 원시 대기는 밀러가 실험에서 전제했던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밀러가 행한 실험 이후 원시 대기 실험을 바탕으로 해 RNA나 DNA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하려 했던 어떠한 실험도 성공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었다. 실재로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려면 1천55개의 아미노산을 정확한 순서로 연결해야 한다. 인체에는 100만 가지 이상의 단백질이 있고 아무도 그것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밀러의 실험이 의미가 없는 것일 수는 없다. 밀러는 실험을 통해서 작은 분자 구조로부터 거대 분자 구조물이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이 거대 분자 구조물은 바로 모든 학자들이 발견하기를 꿈꿔 왔던, 단백질을 형성하는 전구물질이라는 사실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의 실험의 중요성은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에 인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접근이 가능하며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를 인간이 생성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간단하게 생명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을 상당수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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