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근교산&그너머> 여름휴가 추천 산행지

부산갈매기88 2011. 7. 6. 12:00

   
여름철 산행지는 강이나 하천, 계곡 등을 낀 곳이 아무래도 좋다. 더위 때문에 산행 시간도 최대 5~6시간을 넘기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3시간30분 정도면 산행이 가능한 충북 영동의 월류봉은 초강천 도하를 해야만 오르내릴 수 있는 '짧지만 강한' 특급 여름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기다렸던 여름휴가. 모처럼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기간이다. 그렇지만 산꾼들의 경우, 어쩐지 한 번쯤은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기간이기도 하다. 일터에서 해방되는 휴가 기간 중 가족들의 양해를 구해서, 또는 부부가 모두 산꾼일 경우 서로 의기투합해서 1박2일 정도만 산행을 위한 특별 휴가를 따로 내보면 어떨까.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올해 여름휴가 특집 추천 산행지로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겸해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골라봤다. 대부분 영남권을 벗어난 곳이어서 솔직히 거리는 제법 되는 편이다. 하지만 시원한 계곡 또는 강물을 건너고 바라보며 간단하게 산행을 즐기고 주변의 명소들도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름 산행지들이다.


◆ 충북 영동 월류봉

   
한 산꾼이 월류봉 날머리에서 초강천을 건너고 있다.


- 우암 송시열 선정 '한천 8경' 중 제1경
- 필수코스 초강천 도하, 뼛속까지 시원

추풍령 인근의 영동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해발 365m짜리 나지막한 산이다. 비록 해발 고도는 낮지만 월류봉은 그 빼어난 경치에 반해 달마저 머물다 간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1봉부터 5봉까지 이어지는 올록볼록한 봉우리를 통틀어 지칭하는 월류봉이지만 이 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봉우리들을 감싸고 도는 청정 하천인 초강천이다. 월류봉을 이야기 할 때 초강천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강천은 백두대간의 주요 봉우리인 삼도봉 아래 영동 물한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금강 본류로 스며들기 직전에 이루어진 하천인데 S라인을 그리며 월류봉을 휘돌아갈 때 비로소 그 절정을 이룬다. 특히 월류봉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을 가진 특이한 모양의 언덕을 감상할 수도 있다. 들머리와 날머리에서 등산화를 벗고 초강천을 건널 때는 뼛속까지 시원함이 전해진다. 초강천을 건널 때 바라본 월류봉의 자태 또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며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조선시대 학자겸 정치가인 우암 송시열이 머물며 강학을 펼쳤던 곳이기도 한데 후세 사람들이 우암이 머물던 곳에 한천정사를 지었다. '한천(寒川)'이란 초강천의 다른 이름인데, 물이 그만큼 차갑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월류봉은 우암이 정한 '한천8경'의 제1경이기도 하다. 한천정사 앞에서 시작하는 불과 4.5㎞짜리 짧은 원점회귀 코스인데다 산행시간도 3시간3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687회 참조>


◆ 충북 괴산 도명산~낙영산

   
도명산 정상에 서면 속리산 주능선이 훤히 보인다.


- 속리산 대표하는 화양구곡 감싸는 산
- 백진주 같은 기암들 산산골골에 빼곡

명산이 많기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 중에서도 청천면 화양리의 화양구곡을 끼고 있는 산들이다. 우암 송시열이 정가 은퇴 후 머물렀던 화양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을 대표하는 계곡.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첨성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 등 9개의 명소를 품고 있는 데다 물이 맑고 시원하기로도 이름이 높다. 이렇듯 빼어난 계곡을 끼고 있는 도명산(650m)과 낙영산(746m)은 여름철 산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계곡미에다 이 산들이 지닌 기암괴석과 절벽, 울창한 소나무 등이 어우러지며 좀처럼 잊기 힘든 산행의 추억을 선사한다. 소위 '예쁜 산'의 대명사로 통하는 영동 천태산 못지않게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도명산과 낙영산 연결 산행은 코스 길이가 18㎞에 달해 당일 산행으로는 다소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화양구곡을 따라 걷는 평지 임도 구간이 6㎞ 이상 되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넉넉하게 7시간30분 이상 잡고 출발하자. 마실 물도 미리 넉넉하게 챙겨야 한다.

마치 산 속에 하얀 진주알을 뿌려 놓은 것처럼 알알이 박힌 바위들이 인상적인 도명산과 낙영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속리산 주능선의 장쾌한 조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천왕봉에서 입석대 문장대를 거쳐 묘봉 상학봉에 이르는 장쾌한 하늘금을 바라볼 때면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기 어렵다.

두 산을 모두 타기 힘겹다면 도명산 정상에서 학소대 쪽으로 곧장 하산해도 된다. 전체 구간의 50% 이상이 바위길이기 때문에 접지력 높은 등산화를 착용하자. 〈근교산&그 너머 647회 참조〉


◆ 강원 정선 동강 백운산

   
정선 동강 백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 물굽이.


- 동강이 뽐내는 환상 S라인 실컷 조망
- 절벽 많고 암릉길 험해 비 올때는 위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 이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운산(白雲山)이다. 남한에만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강원도 정선에도 하이원리조트가 자리 잡은 백운산과 동강변 백운산 등 2개나 있다. 그 많은 백운산 가운데 산림청이 정한 전국 100대 명산에 속한 곳은 단 3개에 불과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동강 백운산이다. 해발 882.5m인 동강 백운산은 동강이 겹S라인을 그리며 흘러가는 절정 구간에 솟은 암봉으로 동강의 빼어난 절경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의 경계를 이루기도 하는 이 산은 말 그대로 강원도 최후의 비경이라는 동강의 중심을 이루는 산으로 통한다. 깎아지른 절벽과 동강 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자체가 바로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산이다.

산행코스는 점재나루에서 시작해 정상에 올랐다가 칠족령(칠목령)을 거쳐 재장나루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동강의 아름다움과 백운산의 암릉미, 울창한 숲의 기운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산행 거리는 등산로 6.4㎞, 들머리와 날머리 동강변 트레킹을 합치면 총 8㎞ 정도로 짧은 편이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심하고 암릉길인 탓에 5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바위가 많고 험한 편이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상당히 위험하다. 되도록 산행을 삼가야 한다. 산행 도중에는 식수 구할 곳이 없기 때문에 미리 마실 물을 넉넉히 준비하자. 산행 후에는 주변의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 탐사를 할 수도 있고, 동강 래프팅도 즐길 수 있다. 영월 청령포 또는 정선 아우라지역 등도 방문해 보면 괜찮다. 〈근교산&그 너머 729회 참조〉


◆ 전남 곡성 동악산 형제봉

   
동악산과 형제봉 사이 청류동계곡의 물빛이 푸르다.


- 청정한 청류동계곡 거슬러 오르는 산
- 도림사 법당 앞 인체 닮은 연리지 신비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하동IC에서 내려 하동읍 쪽으로 가면 섬진강을 만난다. 이 강을 따라 가다 보면 전남 곡성에 이르는데, 이곳에 깊고 아름다운 계곡과 빼어난 암릉을 자랑하는 동악산이 자리 잡고 있다. 동악산 산행은 통상 정상과 형제봉(750m)을 한꺼번에 타는 종주 산행과 정상부 또는 형제봉만 따로 떼서 산행하는 짧은 산행으로 이뤄진다. 날씨가 선선한 계절에는 종주산행을 해도 무방하겠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는 둘 중 한 곳만 여유 있게 산행하는 것도 좋다.

종주산행이든, 형제봉 산행이든 모두 천년고찰 도림사(道林寺)를 중심으로 하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채바위 도인바위 등 기암괴석이 무수히 많고 동악산 형제봉 공룡능선이라고 불리는 암릉도 접할 수 있다. 형제봉(동봉)과 대장봉(서봉)을 거쳐 도림사로 돌아오는 산행 코스의 총거리는 10.2㎞.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풍경 감상과 휴식 등을 포함하면 넉넉잡아 5시간이면 충분하다. 산행 초입 주차장에서 도림사에 이르는 청류동계곡 하류는 곡성 및 인근 주민의 '여름철 피서 1번지'로 불릴 만큼 시원하고 맑은 물과 넓은 반석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도림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청류동계곡 중류와 상류야말로 크고 작은 폭포와 소, 넓은 반석 등이 이어지며 시원하고 맑은 계곡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도림사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창건 당시 매일 아침저녁 음악 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동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내에 여체를 빼닮은 연리지가 있다. 〈근교산&그 너머 673회 참조〉


◆ 전북 진안 명도봉

   
진안 사람들의 '피서 1번지'인 운일암반일암계곡.


- 운일암반일암계곡 비경에 감탄 연발
- 운장산 구봉산 등과 연계산행도 좋아

진안에는 마이산이 가장 유명한 산이긴 하지만 명도봉이라는 또 하나의 명산이 있다. 해발 863m로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이 산이 유명하게 된 까닭은 바로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계곡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운일암반일암계곡은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휘감아 흐르는 냉천수가 곳곳에 만들어 낸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연이어지며 대자연의 절경을 드러내는 곳이다. 진안 최북단인 주천면에 있는 운일암반일암은 북으로 병풍을 두른 듯한 무명의 명덕봉(해발 846m)과 남쪽의 명도봉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기나긴 협곡이다. 그 이름이 생긴 이유를 들으면 이 계곡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도 있겠다. 예로부터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길이 없어 하늘과 돌,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는 뜻에서 운일암(雲日巖)으로 불렸고,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험하지만 절경인 계곡임을 유추케 하는 대목이다. 가깝게는 구봉산 운장산 복두봉에서부터 멀리 덕유산 능선까지 보인다.

산행은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에서 시작한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정도 걸리고, 휴식을 포함해도 4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산행로에는 꽤 거칠고 이끼까지 낀 돌이 많아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끄러운 너덜지대도 특히 조심하자. 〈근교산&그 너머 588회 참조〉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