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장군봉-고당봉-원효봉-불웅령-백양산-애진봉-유두봉-삼각봉 종주 산행기(2013. 6. 15)☸

부산갈매기88 2013. 6. 19. 13:05

◈산행일시: 2013. 6. 15(토). 갬

☞산행코스(시간): 양산 석산리 계석마을(07:50)-장군봉(09:58)-장군샘(10:18)-고당봉(11:00)-원효봉(11:54)-동문(13:17/식사 40분))-남문(13:52)-만덕고개(14:34)-만남의 숲(15:00)-불웅령-백양산(16:24)-애진봉(17:15)-유두봉(17:26)-삼각봉(18:01)-주례 개림초등학교(19:10)

 

 

♧산행 참가자: 부산백산회원 8명(즐거운산행, 붉은노을, 은수, 김지영, 청림, 해곤, 노홍철, 부산갈매기)

♣산행거리: 28km

♧산행시간: 11시간 20분(점심식사: 40분, 기타 휴식: 1시간)

               <순수하게 걸은 시간: 9시간 40분>

▷교통편: 명륜동 지하철역 옆 버스 정류장에서 양산시내버스 12번 탑승

♤물 공급 받을 수 있는 곳: 장군샘, 북문 위 금정산 관리사무소 옆, 남문마을

 

 

❀산행 tip: 부산에 사는 사람 중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양산의 석산리 계석마을에서 장군봉과 고당봉을 넘어서 백양산을 북에서 남으로, 아님 남에서 북으로 종주를 해 봤으면 하고 생각한다. 오늘 부산신악인의 그 꿈의 능선을 찾아 떠나보는 것이다. 그것도 무더운 초여름의 날씨에.

 

 

떠나기 전에 충분한 물 준비와 영양보충을 겸한 간식 준비가 필요하다. 물은 장군샘과 북문, 남문 마을을 지나며 확보가 가능하다. 수분흡수를 겸해서 포도, 초콜릿, 오이, 토마토 등 회원들이 안배를 해서 가져 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음에 한 번에 무리하게 걷다보면 무릎관절의 통증과 사타구니 사이의 고관절에 무리가 따를 수 있기에 쉬엄쉬엄 하면서 체력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코스의 완주 여부는 백양산 불태령의 깔딱고개를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체력의 안배를 요한다. 여기에서 체력의 소모가 엄청나다. 완주를 하고 나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2~5kg 정도 감량이 일어난다. 오후의 무덥고 뜨거운 땡볕 아래 불태령이 마지막 한계를 시험하게 한다. 이 된비알이 이번 산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인생은 한계극복의 거친 도전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양산 석산리 계석마을~장군봉

명륜동에서 07:10분에 즐거운 산행님, 김지영님, 붉은 노을님과 나를 태우고 출발한 12번 버스는 07: 41분경 양산 다방동에 도착을 한다. 이어 남쪽길 건너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계석마을에 도착하니 은수님, 노홍철님, 해곤님, 청림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산행채비를 갖추고 <계석마을>의 표지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21도C를 넘는 아침 날씨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바람이 없어서 그렇지 어제 이슬비가 내린 탓에 공기도 신선하여 마음이 상쾌하다. 석산리 계석마을 표지석에서 대정그린 아파트 된비알을 2분여 오른다. 그리고 아파트 상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등산로가 나타난다. 그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했다. 곧바로 직진을 하게 되면 343봉의 된비알로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다소 폭이 넓고 완만한 임도를 택했다. 워밍업도 겸해서 장거리 산행 포석이 필요한 것 같았는데, 오늘 즐거운 산행님이 대원 인솔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분 가지 않아 길 오른편에 벌겋게 익은 산딸기가 있기에 회원들은 딸기 몇 알을 따서 입에 넣어 본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딸기씨 씹히는 소리가 귀 밖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듯 하다. 뭔가 자연에게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 상쾌하다.

 

 

들머리에서 30여 분을 오르니 질매쉼터의 정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쉼터가 있어 잠깐 쉬는 사이 청림님과 김지영님이 대형 훌라후프를 돌려 본다. 두 사람은 누가 질세라 한 번씩 시범을 보여주는데, 그 허리의 유연성이 아직 괜찮은 연식임을 보증해 보여 준다. 땀은 팥죽처럼 흘러내리는데, 두 사람 체력도 대단하다. 은동굴(금륜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는 지점까지 가려면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제 걷는 시간이 40여 분이 넘으니 몸은 워밍업이 되면서 땀구멍이 열리어 엄청난 땀방울이 이마와 얼굴을 타고 턱에서 줄줄 떨어져 내린다. 두 걸음을 뗄 때마다 턱에서 땀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이른 시각인데도 산행을 하는 사람이 제법 보인다.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 이어지는 된비알을 따라 606봉을 오르니 <금륜사(은동굴) 0.5km>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널찍한 공간이 나타난다. 거기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잠시 얼굴을 마주대해 본다. 과일을 챙겨 보기도 한다. 다시 726.6봉을 오른다. 삼각점이 있는 돌탑을 지나 약간 내려간 후 이제는 가파른 철계단을 오른다. 너무나 가파른 철계단이라 난간을 잡으니 땀에 난간이 쭉쭉 미끄러진다. 하는 수 없어 스틱에 의지하여 계단을 오른다.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일행은 사진을 한 컷씩 해 본다. 인생 동행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듯이 산행에 있어서도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의 동행, 특히 배려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코드나 주파수가 맞는 사람끼리의 동행은 100년 삼산 한 뿌리를 먹는 효과가 날 것이다.

 

 

729봉을 지나니 이제는 너덜길이 나타나고 739봉의 장군봉 능선은 암봉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장군봉으로 올라가니 앞서 간 일행이 “다 왔다!”는 외침이 있었다. 들머리 계석마을에서 장군봉까지 2시간 남짓 걸려서 왔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억새풀로 유명한 갑오봉의 능선이 발 아래에 있고 우측 남서쪽으로 고당봉이 손에 잡힌다. 일정상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 몇 컷을 하고 서둘러서 장군봉에서 내려와 장군샘으로 향한다. 하늘은 하얀 구름이 우리 앞길의 햇볕을 막아준다. 마치 모세기 구름기둥으로 앞길을 인도하듯이 그 구름은 우리를 시원케 해주고 있다.

 

 

▶장군샘~고당봉~동문

장군봉에서 장군샘까지는 10여 분이 걸린다. 그 샘에서 목도 축이고 손수건도 물에 적시어 시원하게 해 본다. 그리고 과일도 꺼내어 먹으며 잠시 휴식도 취해 본다. 길손에게 늘 목을 축이게 해 주는 샘이 고맙다. 엄마의 젖줄 같이 목마른 자에게 아낌없이 내 주는 샘이 진정 고마운 것이다. 늘 받기만 하는 자는 그걸 모르고 산다. 늘 거머리처럼 다고 다고만 하고 사는 것이다.

 

 

장군샘에서 장군봉까지 산행은 일행들도 여러 번 왔기에 새삼스러울 게 없다. 능선을 따라 쭈~욱 가면 되고, 그렇게 힘드는 곳은 없다. 단지 잣나무가 서 있는 능선에 오르기 전에 약간 가파른 곳이 있긴 하다. 장군샘에서 마애불 갈림길까지는 20여 분 걸리는데, 잣나무 군락지를 따라 삼림욕을 해 가면서 고당봉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간대별로 볼 때 오전 중 10~12시 사이에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산되어 건강에 유익하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시간대라 기분이 좋아진다.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은 산림 보호를 위해 왼쪽으로 새 길을 내어 놓았다. 약간 부엽토가 많은 길을 따라 오르면 이제 바위 틈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고당봉을 내려오는 부부가 ‘정상에는 모기떼가 뭐 그리 많은지!’하며 지나가는 소리로 힐난을 한다. 그냥 무심결에 듣고 만다. 그런데 고당봉 정상 표지석에 사진을 찍으려고 표지석 뒤에 서려니 모기떼 수백 마리가 때를 지어 윙윙 거린다. 일행 중 몇 사람은 표지석 옆에서 대충 서서 사진을 찍는다. 아예 모기를 피해 정상석 4~5미터 앞에서 단체 사진을 한 컷 하고 급하게 내려간다.

 

 

왜 그처럼 모기떼가 극성일까?

사람들이 그 정상에서 뭔가 음식 찌꺼기를 흘린 탓일까? 아님 산꾼들이 그 정상석을 땀에 젖은 손으로 만졌기에 그 돌에 땀 냄새가 배었단 말인가? 그것은 인간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본보기가 아닌가. 부산시나 금정산 관리사무소에서도 여름 한철 동안 산행인을 위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장군봉에서 북문 위 금정산 관리사무소 옆까지 일행들은 쏜살같이 내려가 버린다. 금정산관리사무소 옆에서 물도 보충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하며 과일로 소모된 에너지도 챙겨본다. 물만 있다 하면 노홍철님은 빡빡머리에 물로 뒤집어써서 더위를 식혀 본다. 수건이 없어도 그냥 흘러내리니 신경쓸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손수건으로 닦는다.

 

 

이제 북문을 지나 원효봉으로 오르는 돌계단 길을 오르려는데 유유산속님에게서 폰이 울린다. 백양산에서 하프 마라톤을 끝내고 백양산 아래에 와 있는데 어디쯤 있느냐고. 지금 동문으로 가고 있다고 했더니 우리가 오늘 길목에서 적당히 기다리겠노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돌계단을 올려다보니 일행은 다 가고 없다. 힘없이 돌계단을 다 올라서려니 앞에 노홍철님이 그래도 기다리고 서 있다. 맥이 빠졌는데 힘이 솟구친다. 허기는 지고 아직 갈 길은 멀고 힘에 부친다. 게다가 보아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뻑적지근해오고.

 

 

원효봉에서 인증 사진을 남긴다. 거기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더니 노홍철님은 찍은 사진이 많다고 사절을 한다. 아마도 시간이 없어서 지정거릴 여유가 없나보다. 이제 의상봉 640봉의 4망루를 향해서 산길을 따라 가는데 자주 오던 길이지만 640봉 제 4망루 옆의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성곽이 만리장성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자주 오던 길이라도 그 시간대의 분위기가 각기 다른 것이다. 기분의 상태에 다르고, 그 시간대에 펼쳐지는 자연의 조화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펼쳐지는 것이 산이다. 그래서 산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들 한다. 여러 번 갔기에 그 산을 다 알고 있듯이 얘기한다. 그러나 산은 풀 한 포기의 배치에 따라서 그 분위기와 자태가 달라진다. 게다가 안개나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면 또 달라지는 것이다. 여자의 마음처럼.

 

 

4망루를 지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일행이 시야에서 멀어졌기에. 400미터 이상은 차이가 나지 않을까 노홍철님과 함께 이런 저런 추측을 해 본다. 그래도 동문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그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동문 가기 전에 평상을 깔아서 휴식장소를 마련해 둔 곳이 있기에. 아니나 다를까 앞서 간 일행 여섯 명은 그곳에서 막 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같은 자리 옆에는 노인네 대여섯 명이 고스톱을 친다고 소란스럽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자연스럽게 점심식사를 한다. 먼저 은수님이 가지고 온 오디주로 건배제의를 한다. 허기진 뱃속에 도수가 약간 높은 오디주가 들어가니 짜릿해 온다. 그리고 옆의 청림님이 생탁을 한 잔 따라준다. 게다가 생맥주까지 가지고 와서 내 앞에 턱 내려놓는다. 청림님은 오늘도 휴대용 냉장고에 생탁, 생맥주, 생수 등을 6병이나 가지고 왔단다. 그래서 배낭 무게가 30kg 정도 나간단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엄두도 못할 일을 어찌 하는지 정말 존경스럽다. 아니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힘든 티 하나 내지 않고. 반찬은 상추에 가죽무침까지, 그리고 즐거운 산행님은 족발까지 싸 가지고 왔으니. 산에서 먹는 족발은 좀 다른 거 같다. 펼쳐 놓은 반찬 위에 초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돼지는 무게로 등급을 매기고, 사람은 인격으로 가치를 매긴다고 했는데 금강경도 식후경이라 염치 볼 겨를이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식도락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동문~남문~만덕고개~성지곡 만남의 광장

동문에서 40분 정도 식사를 끝나고 10여 분 내려오니 산성고개가 나온다. 최근에 산성고개에 동문과 대륙봉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새로 설치하여 사람이 차도를 건너지 않고 머리 위로 건너게 해 두어서 좋은 것 같다. 일행은 시간 관계상 임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그리고 봄산님과 유유산속님이 백양산 아래 만남의 숲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남문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임도로 가기로 한 것이다.

 

 

산성고개에서 남문까지는 25분여 소요되었다. 다소 딱딱한 임도라 걷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남문 가기 전 나무 아래에서 봄산님과 유유산속님 부부가 자리를 깔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후 바로 이곳으로 우리를 응원하러 달려 왔단다. 그 정성이 대단하다. 우리와 함께 남문을 배경을 사진을 찍고 헤어지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서운하다. 두 분은 가면서 우리에게 아이스케키를 사먹으라고 금일봉을 주고 간다. 천사를 닮은 마음씀씀이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우리 일행은 남문을 지나 남문 마을로 하산을 한다. 남문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오리 굽는 냄새에 엄청난 유혹에 시달린다. 게다가 다른 팀들이 탁자에 앉아서 막걸리에 파전을 먹는 모습에 마음이 짠 했다. 1달 전에 노홍철님과 둘이서 지나가는 식당에 온 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노홍철님이 그 식당 옆을 지나가면서 “저 번에 저 집에 와서 먹고 갔잖아요.” 하며 그 집을 가리킨다.

 

 

남문 마을로 내려가면서 비스듬히 만덕고개 방향으로 넘어간다. 만덕터널 위로 지나가려는데 차도는 안 보이고 역시 동물과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생태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 아래로 터널이 만들어져 있어서 사람과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다리인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 그 만덕터널 위의 생태 나무다리를 건너자 일행이 약간 쉬어 가자고 한다. 노홍철님의 오미자 음료수를 빼앗아 마시려고 청림님과 한바탕 술래잡기를 한다. 아직 그들에게는 엄청난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옆에서 노을님이 전생에 두 사람이 부부였을 거라고 놀려댄다.

 

 

만덕고개에서 만남의 숲까지는 산허리를 돌고 때로는 능선을 타고 가지만 30분 걸리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쇠미산 습지 주위에는 앉거나 누워 있는 인파가 많다. 그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도 주말이라 많이 보인다. 일행은 먼저 만남의 광장으로 내려가고 나와 노홍철님은 뒤를 따라간다. 내 사타구니의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7시간이 넘는 장거리를 걸어 온 탓에 사타구니 사이의 근육에 통증이 온 것이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가 부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앞서 간 일행은 만남의 광장 평상 위에서 쉬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다. 중도에서 하차를 하자니 뭣하고. 계속 진행하자니 오른쪽 사타구니쪽의 고관절에 통증이 심하고. 일행에게 고통을 호소했더니 청림님이 스프레이 파스를 준다. 일단 화장실에 가서 한 번 뿌려보라고 한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달리 방도도 없기에 화장실로 달려가 스프레이를 분무해 본다. 부위가 약품 효과 탓인지 찌릿해 온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마음에 위로만 되는 듯 하다.

 

 

▶만남의 광장~불웅령~백양산~애진봉~삼각봉

모두 걱정스럽게 한 마디 한다. 괜찮겠느냐고. 일단 괜찮다고 하고 불태령 깔딱고개를 오르기로 했다. 정말 힘겹고 어려운 코스다. 어떻게 해서라도 완주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래 여기서 주저앉을 수야 없지 않은가. 옆에 가던 노홍철님이 나의 눈치를 보면서 몸 상태가 괜찮은지 자꾸 물어본다.

 

 

불태령을 오르는데 정상인이라면 약 50분 정도 걸리는데 나는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불태령을 오르는데 두 번 쉬었다. 노홍철님은 내 뒤에서 쉬엄쉬엄 내가 잘 걷는지를 곁눈질 해가며 따라온다. 늘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마음이 아름답다. 앞서 간 일행이 다행스럽게 적당히 쉴만한 장소에서 기다려주기에 힘이 생긴다. 누군가 오이를 꺼내서 먹기도 한다. 힘이 든다. 그러나 그 몫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 감내를 하면서 오른다. 아직 체력은 괜찮은 것 같은데 사타구니 사이의 근육 부분이 문제인 것 같다. 천천히 쉬엄쉬엄 오른다. 드디어 산불초소 옆을 지나 불웅령의 돌무더기 앞에 선다.

 

 

백양산은 아직 멀었건만 다 올라온 느낌이다. 그래도 이제는 일단 하산을 했다가 백양산의 완만한 산길을 오르면 된다. 불웅령에서 단체 사진을 한 컷 하고 폰 배터리를 끼우는 사이 선두조는 휭 하니 달려가 버린다. 나와 노홍철님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닭 좇던 개 지붕쳐다보듯이 백양산 방향을 쳐다본다. 불웅령을 내려서 백양산과 불웅령의 나무도 없는 땡볕 능선을 걸으니 땀이 줄줄 흐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은 뜨거운 햇살 아래 꼬부라진 들깻잎 모양이다. 노홍철님은 나에게 한 마디 던진다. “백양산까지 다 가버린 것 같은데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드니 다리에 힘이 빠진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여 달려가니 선두조들은 백양산으로 오르기 전 614봉을 오르지 않고 그늘진 산허리로 걷기 위해 갈림길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합류를 하여 청림님이 건네주는 얼음물을 마셔본다. 시원함이 몸으로 전해진다. 오늘은 선두조와 후미조인 나와 노홍철님의 술래잡기 산행이다. 따라가노라면 또 뒤로 쳐지기 마련이고....

 

 

불웅령에서 백양산까지 쉬엄쉬엄 35분 걸렸다. 백양산 돌무더기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 백양산 표지석이 돌무더기 위해 손바닥만하게 올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돌무더기를 만들어 놓았을까? 재미로? 아님 어떤 신앙 때문에...

 

 

일행은 애진봉 전망대에서 당감동과 서면 시내를 쭉 둘러본다. 도심의 아파트는 어딘지 모르게 적막감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끝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차단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와 부, 세상에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얼마나 동분서주하고 있느냐 말이다. 없는 것을 움켜쥐려고 하다 보니 또한 몸과 마음도 편치가 않다. 그래서 늘상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며 산다. 긴장의 연속이다. 긴장을 놓으면 뒤처지는 느낌이다. 그 모든 것 내려놓고 산으로 달려오니 산은 언제나 넉넉하게 받아준다. 우리 마음을 열기만 하면 안아 준다. 게다가 모든 것 다 내어 준다. 아낌없이...

 

 

애진봉에서 청림님과 사진을 한 장 찍고 돌아서니 이미 선두조들은 사라져 버리고 조금 앞서서 노홍철님이 일행이 다 가고 없다고 고함을 지른다. 또 노홍철님과 나만 덩그런히 후미에 남았다. 유두봉에 오르니 정상석 앞에 두 개의 솔방울을 누군가 올려놓았다. 누가 보아도 그것을 상징하는 듯 하다. 노홍철님과 번갈아 사진을 한 컷 해 본다.

 

 

이제 삼각봉(454m)까지는 내려가서 조금 다시 올라가야 한다. 너덜길이라 길은 좋지가 않다. 삼각봉 가기 전 쉼터에서 선두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니 지영님이 앉았던 자리를 비켜 준다.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벌써 오후 6시다. 다행히 해가 길어서 아직 훤 하다. 삼각봉의 정상석을 배경을 지나가는 부부를 불러 세워 단체 사진을 찍는다. 역광이라 카메라를 잘 잡아야 한다. 어깨를 맞대니 한바탕 웃음소리가 하늘로 메아리친다. 아침 계석마을을 출발하여 이곳까지 10시간 넘게 걸어왔다. 이제 일행들도 조금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단지 웃음이 살짝 가리었을 뿐이다.

 

 

삼각봉에서 상황은 종료되는 듯 하지만, 주례의 개림초등학교로 내려가려면 1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삼각봉 전망대에서 조망을 하고, 하산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개림초등으로 가려면 갓봉(387m)을 조금 올라가서 넘어가야 한다. 몸은 무거워지고 허기가 져서 체력이 바닥이 나버린 상황이다. 갓봉 바위 아래에 일행은 주저앉는다. 그때 즐거운 산행님이 “뭐가 남은 게 있나.” 하면서 배낭에서 빵과 초코파이를 꺼내었다. 모두 반갑게 그것을 받아서 요기를 한다. 그곳에서 개림초등학교까지 30분을 더 걸어내려와서야 산행은 끝이 났다.

 

 

양산 계석마을에서 주례 개림초등학교 정문까지 28km, 11시간 20분에 걸친 산행은 끝이 난 것이다. 그래도 모두 완주했다는 기쁨이 앞섰다. 몸에서 땀 냄새가 너무 나기에 일단 목욕을 했다. 그리고 식당으로 가서 소주와 막걸리에 파전과 닭똥집으로, 그리고 식사는 수제비로 마감을 했다. 어느 때보다 기나긴 시간을 함께 한 탓인지 우정이 돈독해진 것 같다. 눈빛만 봐도 상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8명 모두 무사히 완주를 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래서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되리라 믿는다. 그 끈끈한 우정과 사랑으로 뭉친 산행을 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었기에 할 수 있는 대장정이었던 것 같다. 서로가 힘이 되어주고 격려를 해 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메말라 가는 세태 속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자연을 닮아가려는 마음으로 함께 하였기에 해 낼 수가 있었으리라 본다. 세상에는 돈이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일은 돈이 있어도 체력이 뒷받침 안 되면 안 되고, 혼자서 할 수는 있지만 마음 맞는 친구가 없다면 도전하지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함께 해 준 일행들이 고맙다.

 

한 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듬뿍 충전 받았고, 함께 한 일행 여러분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땀을 흘리는 가운데 몸 안의 노폐물은 다 빠져나가 새로운 세포가 힘을 돋군다. 한 주일마다 몸은 새로워지고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니 삶에 활력이 샘솟는다. 그래서 또 한 주일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이제 문경 황장산에 벌써 그 마음이 얹혀있다. 촛대바위와 기암괴석의 비경이 그리워진다. 백산인이 사랑으로 뭉쳐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