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77차 정기산행: 치악산 산행기 ◈(2016. 2. 13)

부산갈매기88 2016. 2. 19. 15:50

 

◎산행지: 치악산 남대봉(1,182m), 향로봉(1,043m)

★산행일시: 2016. 2. 13.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8명(행운이, 와석, 윤슬, 스마트, 붉은 노을, 영원한 부산, 옥여사2, 키종, 수피아, 청림, 새콤달콤, 야초, 수산나, 미산, 일식, 피네, 동방, 은수, 수희, 호두, 블랙이글, 슬로우, 퀵, 산우, 은방울, 차돌이, 운해,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성남탐방지원센타~상원사~남대봉(1,182m)~향로봉(1,043m)~보문사~행구탐방지원센타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11:02 안성탐방지원센터 도착

   11:18 산행시작

   11:59 이정표(남대봉 3.3km/상원사 2.6km)

   12:12 이정표(상원사 2.2km/성남탐방지원센타 2.9km)

   12:24 이정표(남대봉 2.4km/상원사 1.7km/성남탐방지원센타 3.4km)

    12:31 6번째 마지막 철다리 통과

   12:45 이정표(남대봉 1.7km/상원사 1.0km/성남탐방지원센타 4.1km)

   13:11 샘터

   13:22 상원사

   13:30 이정표(남대봉 0.5km/영원사 2.5km)<중식 25분>

   13:59 이정표(영원사 2.5km/남대봉 0.3km)

   14:09 남대봉(1,182m)

   15:12 이정표(향로봉 1.6km/상원사 3.0km)

   15:40 헬기장

   15:52 향로봉(1,043m)/ 이정표(비로봉 5.9km/상원사 4.6km/남대봉 3.9km)

   16:04 이정표(보문사 1.0km/상원사 4.8km/비로봉 5.7km)

   16:39 보문사

   17:18 주차장

 

★산행 시간(후미기준): 6시간(중식 25분, 기타 휴식 25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10분>

◍산행거리: 11.3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이번 정기산행 277차는 원주 치악산을 찾아갔다. 전국 100대 명산 17위에 랭크되어 있는 치악산(雉嶽山)은 ‘악’자 들어가기에 미리 겁을 집어 먹은 산우들이 있었다. 전국 5대 악산은 설악산, 월악산, 치악산, 삼악산, 운악산이다. 백산산악회의 273차 산행(2015. 12. 12)인 월악산에 비하면 아주 부드러운 산이다. 생각한 만큼의 악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산행초기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40분 정도 올라가면서 워밍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겨울산행에 앞서서 몸을 푼다고 하지만 겉치레에 그치고 말기에 포장도로를 따라 40분 정도 가볍게 걷게 되면 어느 정도 몸이 풀리게 된다. 그런 다음 포장도로가 끝나게 되면 본격적인 계곡산행이 된다. 거기서 상원사까지는 쉬엄쉬엄 고도를 높여 등로는 따라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중식은 상원사에서 200여 미터 진행을 하여 남대봉 아래 갈림길 가기 전 너른 공간에서 하면 된다. 식사 후 남대봉까지는 300여 미터밖에 안 되기에 여유 있게 오를 수 있다.

 

남대봉에서 향로봉 정상까지는 1시간 40여 분 걸리는데, 잔설과 하루 전에 온 비로 길이 녹아 진창이 된 빨래판 능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향로봉에서 비로봉 방향으로 200미터 진행을 하다 좌측의 보문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 된다. 보문사까지 1km의 거리이지만 급경사에 진창길이라 상당히 미끄럽고 35분 정도 소요된다. 보문사 경내를 둘러본 후 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1.3km 걸어내려 가야 한다. 전체 중식을 포함하여 느긋하게 6시간 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계곡의 얼음폭포와 정상에서의 운무가 겨울산행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봄비?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여~~

산행 전날 부산에서는 봄비가 세차게 뿌리기 시작했다. 산행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로 고민을 하는 회원님들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인생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한다. 궂은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꼭 산행을 가겠다고 하면 흔들릴 이유가 없겠지만, 마음은 ‘가야지’ 하면서도 머리는 ‘이 궂은 날씨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갈등의 지렛대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마음은 그렇게 해야지 하면서도 ‘몸은 아니야’ 하는 신호에 노심초사하는 것 이다. 그래서 출발 당일 아침 7명이나 펑크가 났다. 보름 전에 만차로 ‘행복 충전 끝’이라고 해두었는데, 아뿔싸! 역시 궂은 날씨 탓에 자명종 울리는 신호도 못 듣고 꿈나라에 가 있던 회원. 그리고 간밤에 먹은 음식에 배탈이 나서 못 온 회원. 정말 만차라 쾌재를 미리 불러도 만차가 아닌 것이고, 당일 아침 버스에 오르기까지 장담할 수 없는 게 인생임을.

 

궂은 날씨에 그래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달려와 준 회원들의 모습에 힘이 난다. 게다가 수피아님이 요구르트 하나씩을 모두에게 돌리니 기분이 좋아진다. 가족을 생가 위쪽으로 달려갈수록 안개가 많이 끼고, 산자락 여기저기에는 운무가 감돌고 있다. 덕천동에서 치악산 성남탐방지원센터까지 3시간 25분여 걸렸는데, 달려가는 중 동명휴게소에 한 번 쉬었다. 봄기운이 도는 성남매표소 앞에서 산행채비를 갖추고 단체 인증 샷을 한다. 매표소 옆 개울 바닥은 허옇게 얼어 있는데, 그 위로 전날 온 비가 개울 얼음 위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매표소 인근 펜션이나 식당가는 그 나름대로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있다.

 

성남탐방지원센터에서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40여 분은 조금 지루한 길이다. 처음 출발지점은 얼음이 녹아서 그런대로 진행이 수월하지만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노면이 얼어 있다. 도로 옆 흙길로 따라가 보지만 그 마저도 수월치가 않다. 그래서 10여 분쯤 가다가 하는 수 없이 아이젠을 신는다. 군데군데 시멘트가 드러나 있는 곳도 있고, 얼음이 듬성듬성 녹아내린 곳도 많다. 초입에서 40분 정도 걷게 되면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이 나고, 계곡산행으로 접어들게 된다. 개울은 꽁꽁 얼어 겨울 분위기이나 어제 내린 비로 지절거리며 흘러내린다.

 

선두조들은 이미 계곡을 따라 오르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후미에서는 일식님의 게스트 4사람이 초입에서 출발을 늦게 한 탓에 겨우 따라붙고 있다. 중간조와 거리가 멀어져 후미대장인 붉은 노을님의 마음을 안절부절케 한다. 그들을 기다린다고 일행과 함께 다리 난간에서 사진을 한 컷씩 해서 시간을 지정거려 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계곡의 얼음폭포다. 개울물이 흘러내리다 그대로 얼어붙어 새하얗게 시간을 멈추고 서 있다. 과거의 시간이 그냥 얼어 그 흐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흘러내리던 그 모습 그대로 계곡을 지키고 있다. 그 옛날 폼페이 화산 폭발에 의해 인간화석이 그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듯, 여기는 계곡물이 흐르다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그게 폭포 아래로 조금 흘러내린 곳에서는 고드름으로 자신의 모습을 조금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그 폭포의 모습이 새하얗기에 더 눈이 간다. 계곡의 폭포와 개울이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꽤나 추운 곳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이 거대한 모습과 함께 하기 위해서 개울에 더 가까이 걸어 가본다.

 

▶계곡의 단풍은 늦가을을 노래하나 개울은 한겨울이더라~~

포근한 공기를 가르며 시작한 산행이 계곡을 치고 올라갈수록 차츰 차가워진다. 계곡 산행 들머리에서 상원사 쪽으로 1.6km까지는 개울의 얼음과 폭포를 즐기며 오르게 되어 신바람이 난다. 계곡에 남아 있는 단풍잎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 탓에 그대로 말라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게다가 여섯 개의 철다리를 지날 때마다 그 나름의 계곡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등산로도 계곡이라 돌들이 많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그렇게 숨이 차지도 않다. 그냥 계곡의 경치를 즐기며 올라갈 수 있어서 좋다.

 

상원사 아래 1.0km 지점에서부터 경사는 조금씩 거세어지지만 파란 조릿대가 운무 속에서 상큼함을 더해 주고 있다. 겨울 안개가 너무 짙어서 10여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일식님의 게스트 두 사람은 다리가 무거운지 후미에서 거북이걸음으로 걸어 올라온다. 사위가 안개 속에 갇히어서 아래 위의 사물을 또렷이 파악할 수가 없다. 안개도 우리처럼 치악산의 손님으로 치악산자락을 뒤덮고 있다. 그들도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불면 날아가리라. 우리네 인생처럼. 등산로는 진창길이라 미꾸라지 살갗처럼 밟으면 쭈르르 미끄러진다. 등로 옆의 낙엽길이나 풀을 밟으며 가려고 애써보지만 그 길 또한 해동이 되어 미끄럽기는 매 한가지다.

 

상원사를 얼마 남겨두고 샘터가 있어서 그곳으로 한 번 발걸음을 떼어 본다. 물줄기는 80대 노인의 오줌줄기처럼 힘이 없고 가늘다. 물이나 한 바가지 마실 수 있으려나 했지만 ‘역시나’다. 샘터 옆에는 타산악회에서 온 길손들이 점심을 먹는다고 시끄럽다. 입으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소란스럽게 입으로 떠들어대기만 하고 있다. 여전히 뒤에 오는 옥여사님의 발걸음도 꽤 무딘지 행운이님과 함께 두꺼비걸음으로 올라오고 있다. 아마 일식님의 게스트가 늦어지고 있어 짐짓 더 여유가 있는 듯하다.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웬지 마음이 평안해지기에.

 

희뿌연 안개 속에 상원사가 실루엣으로 다가오는데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너무나 짙어서 5미터 앞도 채 보이지 않는다. 위에서 붉은 노을님이 서서 상원사 쪽으로 오지 말고 좌측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좌측으로 진행을 하면 화장실이 있고, 남대봉을 500미터 남겨 둔 이정표와 만나게 된다. 거기서 200미터의 조릿대 길을 따라 올라가게 되면 오늘 우리가 점심식사를 할 자리다. 앞서 간 일행들이 자리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한 켠에 후미조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한다. 나뭇가지가 머금고 있던 빗방울이 지나가는 길손의 바람에 흔들리어 뚝뚝 떨어진다. 일행은 비가 오는가 싶어서 마음을 졸여 본다. 자욱한 겨울안개는 여전히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날씨가 그렇게 차갑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로움도 생긴다.

 

▶미끄러운 빨래판 능선의 매력에 빠지다.

25분여의 중식시간이 끝나고 일행이 제공하는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한다. 선두조들이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기 시작하면 덩달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거기서 오른쪽 남대봉 방향의 300여 미터의 목책계단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10분 오르게 된다. 일행이 준 먹거리를 보태다 보니 조금 과식을 하였나 보다. 포만감으로 기분상태는 최상이지만, 몸은 묵지근하다. 게다가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안개에 몸은 가볍지 않다.

남대봉(1,182m) 정상은 너른 빈터에 눈이 깔려 있어서 겨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상석에서 개인 인증샷을 하고 바삐 향로봉 방향으로 향한다. 남대봉 정상에서부터 능선길은 빨래판 모양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그리고 또 어떤 곳은 눈이 녹아서 많이 미끄럽고 진창길도 있다. 눈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위안삼겠지만 잔설 정도로 능선을 따라 산재해 있다. 능선은 안개가 낀 탓도 있겠지만 조망이 그렇게 탁월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단지, 중간쯤 오니 안개가 걷히어 먼 산자락을 보게 되지만 월악산에 비해서 경치나 조망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치악산이 월악산보다 전국 100대 명산에서 한 단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아마 가을 단풍이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 100대 명산에서 치악산이 17위, 월악산이 18위에 올라있다.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는 1시간 40여 분 능선과 산자락 길을 쭉 따라간다. 남대봉에서 30여 분을 진행하고 있을 때 은수님의 낭군님이 운해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까 밥 먹던 자리에서 왼쪽으로 진행을 해서 영원사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시간계산을 해보니 우리와 1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향임을 실감케 한다. 향로봉에서 정점을 찍으면 비로봉 방향으로 200미터 진행을 하다 왼쪽 보문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그런데 이 보문사 방향의 하산길이 가파르고 진창길이라 하산하는 게 쉽지가 않다. 향로봉에서 보문사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다가 아이젠을 벗는 바람에 쭐딱쭐딱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는다. 오늘 일식님도 큰 메기(?) 한 마리를 잡았는지 한참 후에 내려온다. 미끄러운 길이지만 일행은 잘 내려간다. 나목들이 봄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나목들 틈사이로 시야가 트이어 아래의 경치가 보인다.

 

보문사에 이르자 아직 계곡은 얼어붙어 겨울의 한 가운데다. 정상의 안개는 아래쪽에서는 물러가고 약간 서늘한 바람만 불어온다. 진창길에 등산화는 몰골이다. 계곡 얼음물에 등산화와 아이젠을 씻는다고 앞에 간 일행들이 계곡 여기저기를 차지하고 있다. 계곡 얼음물은 정말 손이 시리다. 그래도 개울물이 흐르고 있어서 다행이다. 개울에서 등산화를 다 씻어갈 무렵 은수님의 낭군님 일행이 도착했다. 역시 산꾼들이라 걸음걸이가 빠르다. 내 예상한 대로였다. 하산을 해서 등산화를 씻고 여유를 부릴 즈음이면 나타날 것이라고. 거기서 주차장까지는 1.3km의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더 내려가야 한다. 특히 포장도로를 따라가야 하기에 심리적 부담은 있다.

 

▶아 ~~백산이 가는 길에 하늘도 감동하니

산행 초부터 초미의 관심사는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이다. 부산에서는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맨 후미조가 주차장의 버스에 오르기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후미의 일행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차가 출발할 무렵에는 엄청나게 퍼붓기 시작한다. 온 맘과 정성을 다해 한 덩어리가 되니 하늘도 감동하여 비를 내리지 않았나 보다. 정말 하늘은 백산에게 늘 은혜와 감동을 준다. 모두 그 감동의 물결 속에서 버스 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치악산을 완주한 것보다 이런 기적을 맛보는 것이 더 감동적일지도 모른다.

 

뒤풀이는 40여 분 달려 남제천의 양화식당에서 손두부 정식으로 했다.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서 다 소모된 에너지를 충전한다. 인생살이 가운데 중년의 삶의 에너지를 충전 받을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데 1달에 두 번 정도 마음을 열고 행복을 충전할 수 있다면 꽤 수지맞는 일이다. 세상 가운데서는 대부분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를 밟고 살아남으려는 그런 의식. 그러나 진정한 산우라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정상을 함께 오르고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 함께 땀을 흘리는 친구가 진정한 벗이다. 어려움과 시련을 함께 하기에 마음이 열린다. 오늘도 들머리에서부터 여기까지 함께 하였기에 이 축배의 잔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백산을 위하여!!!”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