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만 원의 행복

부산갈매기88 2009. 9. 21. 11:38

“사랑은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올리버 웬델>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 소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생김새의 소녀였다. 병든 할아버지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동네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쇼에 초대된 것이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얼마 뒤 어머니마저 집을 나갔다고 한다.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소녀는 조심스럽게 자신도 남들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행자는 다시 소녀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동생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평소에 타보고 싶었던 바이킹이라는 놀이기구도 타보고 싶다고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좋은 집에 부모님과 사는 것이라든지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 등의 소원을 기대하지 않을까 했던 나의 생각과 달리 소녀가 생각하는 행복은 너무나 소박한 것이었다.

 

너무나 꾸밈없고 소박한 소녀의 소원에 뭉클해진 진행자가 그 비용을 자신이 내어주고 싶으니 얼마면 되겠느냐고 소녀에게 물었다.

 

뜻밖의 제안에 놀란 소녀는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그리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만 원이라고 대답하며 상세한 사용처를 밝혔다. 입장료와 아이스크림, 바이킹 요금, 대공원까지 가는데 드는 버스요금이 전부였다.

 

소녀의 사연을 지켜보며 속으로 십만 원쯤 되는 돈을 생각했던 나는 또 한번 웬지 모르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만 원은 한 끼 식사를 사먹고 잊어버릴 수 있는 적은 돈이었지만, 그 소녀에게 있어 만 원은 동생과 함께 하는 소중한 추억과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종웅 <행복은 물 한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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