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몇 대까지 부자로 살 수 있을까?

부산갈매기88 2009. 9. 30. 09:24

자식들에게 무턱대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앞길을 가로막는 행위이다. 상속은 자식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망치게 한다. 아버지대에서 축적한 부가 자식들의 손으로 넘어가면 그동안 소비를 억제당했던 자식들은 돈을 탕진하기 시작한다. 부자아들은 부자 아빠보다 더 부자처럼 보인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우지 못한 그들은 그저 돈만 쓰며 지낸다. 부자아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미 부자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래가지 못해 돈은 날아가 버린다. 그들은 아버지처럼 사업에 열중하지도 않는다.

 

대개의 경우 아버지대에서 부를 축적하면 아들대에서는 낭비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고 손자대에서 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다시 빈곤층으로 전략한다. 서양 속담에 “한 번 나막신을 신으면 한 번은 장화를 신는다.”라는 말이 있다.

 

창업자가 이룬 성채는 통상 100년이 못가고 무너진다. 집안을 일으키려면 평생 또는 수대를 요하지만 말아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무리 위세등등한 귀족가문도 몇 세대 지나지 않아 대부분 몰락하고 만다. 부자의 후손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기 때문에 부자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그 생활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대한 지출을 하려면 거대한 수입이 있어야 한다.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잃으면 거만의 부도 견디지 못한다. 부자아들이 아버지보다 뛰어나지 못하면 재산은 점점 줄어든다.

 

일본 전국시대 요도야 쓰네야스라는 걸출한 상인이 있었다. 선견지명, 정보력, 판단력, 결단력, 행동력, 체력 등을 갖춘 그는 한국의 정주영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큰돈을 벌었다. 그는 검소한 생활로 일관하여 금은이 12개의 곳간과 기타 가재류로 48개의 곳간에 가득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2대 시게야스는 호사스런 생활을 했다. 그는 다이묘(大名)의 저택을 본떠 호화저택을 만들었다. 안채와 별채를 금으로 치장했고 뜰의 규모도 엄청났다. 진귀한 나무와 돌로 조경을 했다. 4면을 유리로 장식한 ‘여름 연회실’이란 방도 만들었다.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물을 가득 채워 진귀한 비단잉어와 금붕어를 헤엄쳐 다니게 했다. 누워서 고기를 바라보며 즐겼다. 그러한 몰지각한 처신은 사람들에게 ‘상인들은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결국 막부의 눈총을 받아 요도야 가문은 무너지고 재산은 막부에 몰수당하고 만다.

 

미국 부자의 20-30%는 10년 후 재산을 모두 잃고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으로 추락한다. 20년 후에는 40% 이상, 100년 후에는 90% 이상이 부자에서 빈자로 바뀐다. 유럽에서는 부를 100년 동안(3대를 넘어) 유지해야 진짜부자로 간주한다. 100년 전에 재산을 관리해주던 금융기관(대부분 스위스 은행)과 부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지속해 오는 경우에만 부자가문의 칭호를 받는다. 그런데 100년 동안 부를 유지하는 확률은 10%에도 훨씬 못 미친다. 부자는 자주 변한다.

 

“부자가 되는 데에는 대담한 배짱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자가 되고 나면 그것을 지키는데 10배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네이션 로스차일드의 말이다. 또한 J.P 모건은 이렇게 말했다. “100만 달러를 버는 것은 바보라도 할 수 있지만, 머리를 쓰지 않고서는 그것을 유지할 수 없다.” 둘 다 부를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소견이다.

 

중국 역사상 제일의 명군으로 손꼽히는 당태종은 “창업과 수성 어느 것이 어려운가?‘라고 물었다. 오래 전부터 당태종을 보좌해온 방현령은 창업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태종의 형 건성을 돕다가 ’현무문의 난‘ 이 후에 태종에게 복속한 위장은 수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창업도 수성도 둘 다 어렵다. 그러나 로스차일드와 모건은 수성이 더 어렵다고 주장했다. 과업 자체는 수성보다 창업이 어렵다. 그러나 호강스럽게 자란 후계자가 간난신고를 견뎌낸 창업자보다 여러 면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비즈프라임 <부자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