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갈맷길 대변~송정~해운대

부산갈매기88 2020. 3. 15. 15:18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봄날의 날씨에 방콕(?)만 해서는 인생에서 엄청난 마이너스.

그래서 길을 나서게 된 것이 대변항에서 출발하여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걷게 되었다.

처음엔 송정까지만 가려고 했었는데,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녹아서 6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다 보니 지친 줄 모르고 걷고 걸었다. 때때로 길가 앉기가 좋은 곳이 나타나면 털썩 주저앉아서 잠시 쉬기고 했다. 


지금이 때가 때인만큼 연일 방송에서 조심하라고 아우성이니 멀쩡한 사람까지 코로나 의심증에 빠져서 남을 의심하고, 나 아닌 남이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사람마저 맹수를 우리 안에 가두어 두듯, 인간이 자신의 철창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박차고 나가면 아무런 탈이 없건만 자신을 환자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 같다. 


대변항의 미역이 세상에 선을 보이면서 향긋한 갯내음을 물씬 풍긴다. 건조틀 위에서 말라 비틀어져 가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꾸어져 가고 있다. 갯가의 횟집들은 아직 일러서 그지 문이 닫힌 곳이 많다. 아님 코로나 바이러스의 곡사포에 맞아서 식당 주인이 의욕을 상실했는지도 모르겠다. 길가 밭뙤기 옆에는 아낙네들이 봄나물을 캔다고 따개비처럼 땅바닥에 붙어 있다. 이들도 코로나 때문에 여기 피신을 왔는지도 모르겠다. 차량이 들어갈만한 해변가에는 차를 옆에 세워두고, 텐트를 쳐둔 채 대여섯살 먹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다. 일하는 솜씨를 보아서는 아직 어설프게 보인다. 가장의 토요일은 분주한 것 같다. 이 어려운 시기에 직장다니랴 가족들과 함께 봄나들이 하랴, 그들의 몸과 마음이 편치 않으니.....


오랑대 가기 전 갯바위 위에서 우리도 주저앉아서 판을 벌인다. 각자 배낭에서 이것저것 빼낸다. 엉덩이는 편치 않아도 마음은 편안하다. 함께 이 봄날에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봄을 노래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이 좋다. 파도는 시나브로 생음악이 되어 철썩거려 주니 어찌 우리의 종이잔은 하공에서 춤을 추지 않을소냐.







▲용암초등학교/구 대변초등학교: 교명이 바뀌었네요.

▲▼반 건조오징어: 나중에 일식님이 살짝 사와서 맛있게 먹었네요


▲제철의 물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