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전쟁 속의 연민

부산갈매기88 2009. 3. 26. 08:48

1944년 버트 프리젠은 보병으로 유럽 전선에 투입되었다. 오전 내내 미군이 간헐적으로 폭격과 소형 화기의 포화를 뚫고 진격했지만 지금은 사방이 고요하다.

 

순찰대는 바로 앞 공터를 끼고 있는 숲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그 사이 독일군 1개 중대가 미군들이 모르는 사이 공터를 가로질러 약 180미터 떨어진 관목 울타리 속에서 숨어 있었다.

 

버트는 다른 병사 한 명과 함께 수색병의 임무를 띠고 공터로 전진하고 있었으며 공터를 절반쯤 지나가자 남아있던 부대원들이 뒤따랐다. 그때 갑자기 독일군의 총격을 개시했고 기관총의 탄환이 버트의 두 다리를 파고들었다.

 

미군들은 숲으로 후퇴해 방어자세를 취했고 독일군의 속사포 같은 공격은 계속되었다. 버트는 머리 위로 일제사격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탈출구는 없는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포복으로 다가오는 독일군 병사 한 명이 보였다. 죽음이 목전까지 온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런 공격도 없이 꽤 시간이 흘렀다. 용기를 내 눈을 뜬 버트는 포복으로 다가온 독일군이 옆에 무릎을 꿇고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총격이 멈춘 것을 꺠달았다. 양측 부대원들이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독일군은 아무 말도 없이 몸을 굽혀 버트의 팔을 끼고 들어올려 그의 안전을 위해 버트의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자기 스스로 맡은 임무를 완수한 독일 군인은 여전히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공터를 건너 자기 부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느 누구도 감히 이 신성한 침묵의 순간을 깰 수 없었다. 잠시 후 중단되었던 총격이 다시 시작되었으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어떻게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적을 구했는가를 똑똑히 목격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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