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사사건건 시비걸지 마라

부산갈매기88 2010. 1. 20. 08:50

세상천지 어디에 가든지 시비곡직(是非曲直)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을 분명히 따지려든다면 자신의 삶이 노곤해짐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어수룩한 바보가 되어 사소한 시시비비에 대해서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고객이나 경쟁상대와의 논쟁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거나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고 싶은 경우에도 우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되, 공개적으로 그의 잘못을 들춰내지 않아야 한다.

 

벽돌장수인 칼은 한때 업계 내 라이벌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상대는 칼의 고객인 건축설계사와 시공업체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온갖 모함을 일삼았다.

 

“칼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벽돌품질도 형편없고, 이제 곧 폐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칼은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의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는 벽돌로 그를 내리쳐서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간 그는 목사로부터 지신을 괴롭히는 자들에게 오히려 선행을 베풀라는 설교를 듣게 된다. 바로 지난주 금요일 그 라이벌은 25만 장에 달하는 벽돌주문 계약 건을 빼앗아가버렸다. 하지만 칼은 적을 오히려 친구처럼 대하라는 목사의 충고를 흘려들지 않았다.

 

그날 오후 칼은 버지니아 주에 사는 한 고객이 빌딩건축에 대량의 벽돌을 필요로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그런데 필요로 하는 벽돌규격이 자사 제품과는 맞지 않고 라이벌 회사 제품이 맞는 규격이었다. 그러나 라이벌은 이처럼 대단한 건수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칼은 딜레마에 빠졌다. 목사님의 충고를 따르자면 상대에게 이 절호의 기회를 알려줘야겠지만 그동안 당한 것을 생각하니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갈등 끝에 그는 목사의 충고에 따라 라이벌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수화기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들러오자 칼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을 추스린 칼은 마음먹은 대로 상대에게 버지니아 주의 건수를 귀띔해주었다. 그러자 그동안 기세등등했던 상대는 갑자기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로 칼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라이벌은 더 이상 칼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신이 손쓸 수 없는 거래를 그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칼 역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가뿐해졌고, 라이벌과의 불편한 관계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다.

 

덕으로 원한을 갚고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 선으로 악을 이기는 이것이야말로 앞길을 가로막는 훼방꾼에 대처하는 최상책임을 명심하도록 한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