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은

부산갈매기88 2010. 2. 4. 08:19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둘만의 보금자리를 틀고 거기서 서로의 사랑을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부부는 어느 한쪽만 특별하거나 뛰어난 것이 아니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함께 도와가며 살아간다. 아름다운 결혼생활은 부부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때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배우자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대만의 학자 주경선은 “동고동락은 결혼생활을 유지해주는 ‘헌법’과도 같은 원칙이다. 동고동락을 서로 나누는 것이지 어느 한 쪽이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고동락도 말처럼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가능하다. 시간이 흘러 정이 쌓이면 찢어진 우산으로도 부부가 함께 비를 피할 수 있고, 폭풍우가 아무리 몰아쳐도 기꺼이 고생을 감내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당시 주경선 부부는 몹시 가난했다. 집에는 구식 흑백 TV가 한 대 있었고 사치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청빈한 삶을 살았으나 그들의 생활은 오히려 한가롭고 편안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관대했고 존경하며 사랑했다. 남편은 축구경기를 좋아했고 아내는 연속극을 좋아했다. 아내가 TV를 보면 남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옆에서 편안하게 책을 봤고, 남편이 TV를 볼 때도 아내 역시 그러했다.

 

어느 봄날 저녁 이들의 평화로운 삶에 균형을 깨뜨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TV가 고장 난 것이다. 화면이 뿌옇게 변하더니 나왔다 안 나왔다 하며 ‘치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곧 중요한 축구 생중계를 할 시간이라 낭패였다. 평소 온화하고 침착하던 남편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TV를 막 두드렸다. 아내도 책을 내려놓더니 다가가 안테나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됐다!”라는 아내의 기쁜 한 마디와 함께 TV화면이 깨끗해졌고 잡음도 사라졌다. “당신이 하니까 되네!”라며 남편은 자리에 앉았고 아내도 보던 책을 계속 보려고 했다. 그런데 자리를 막 뜨려고 하자 화면이 또 뿌옇게 변하는 게 아닌가. 아내가 TV 옆으로 오자 화면은 다시 깨끗해졌다.

“역시 내 와이프라니까.”

 

화면이 깨끗해지자 남편은 아내가 계속 거기에 서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축구경기에 푹 빠졌다.

“정말 멋진 경기였어.”

 

경기가 끝나자 남편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아내를 돌아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는 TV 옆에 서서 안테나를 잡은 채 졸고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깨우자 아내는 깜짝 놀란 나머지 안테나를 손에서 놓쳤다. 그러자 다시 ‘치지직’거리며 화면이 뿌옇게 변했다.

 

몇 년 후 그들은 중심가에 위치한 방이 세 개 딸린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부부는 값비싼 외제 홈 시어터로 거실을 꾸몄지만 추억이 담긴 흑백TV를 차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남편은 그날 안테나를 붙잡고 있던 아내의 손도 영원히 놓지 않았다.

 

부부는 같은 배를 탄 공동운동체이다. 따라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동고동락해야 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 격려하고 의논하며, 아플 때 지켜주고, 늙어서 함께 인생을 마감하는 배우자야말로 최고의 동반자가 아닐까?

 

 

정민미디어 <나를 바꾸는 7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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