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된장 찬가

부산갈매기88 2010. 3. 17. 17:00

 

한 민족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말과 음식이다. 한국의 전통음식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된장과 고추장이다. 서방 세계의 패스트 푸드 중심에서 이제 동방 중심의 슬로우 푸드 중심으로 세상은 변화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서구 문명이 빠르게 세상을 바꾸어 놓긴 하였지만, 정신만큼은 동양의 것에 심취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 정신의 밑바닥을 흐르고 있는 음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인의 정서에 된장과 고추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뒷마당에서 익어가는 항아리 속의 비밀에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그 항아리 속의 다섯 가지 덕을 알아보자.

 

된장의 다섯 가지 덕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 번째 덕은 단심(丹心)이다. 된장은 음식을 조리할 때 다른 음식이나 다른 식자재와 섞여도 결코 된장 고유의 제 맛을 잃지 않고 제 맛을 낸다.

 

두 번째 덕은 항심(恒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오래 묵을수록 그윽하고 깊은 오묘한 맛을 낸다.

 

세 번째 덕은 인심(忍心)이다. 오랜 세월을 묵묵히 참고 이겨내며 안으로 자신을 승화시키고 다듬어 낸다.

 

네 번째 덕은 선심(善心)이다. 된장은 매운 맛, 독한 맛, 비린 맛 등을 제거하거나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다섯 번째 덕은 화심(和心)이다. 된장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낸다.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단적인 말로 표현해 본다면 바로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 '된장'이 가지고 있는 '오덕(五德)'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한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일편단심(一片丹心)과 항상심(恒常心)으로 언제나 변하지 않는 신뢰를 오래도록 지키고 유지하기 위하여 상호 비방이나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한 배려하는 마음으로 무심(無心)을 유지할 줄을 알았다.

 

설사 이웃 간에 말다툼이나 어떤 분쟁 속에서도 언제나 선심(善心)으로 부드럽게 하여 서로 어울려 조화(調和)할 줄 아는 화심(和心)이 바로 그것이다.

 

그 뿌리가 되는 것은 바로 된장이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만들어 온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하기에 우리 선조는 인내할 줄도 알고 비천에 처해서도 자족할 줄도 알고, 어떤 환경 속에서도 된장과 같이 잘 견디며 아리랑 고개를 넘어갔을 것이다. 된장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해 주는 음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