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인 할아버지와 소년은 매일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노환으로 할아버지는 이 세상을 하직할 운명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두고 세상과 작별을 한다고 생각하니 눈이 감겨질 것 같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불러 손을 꼭 잡고 그에게 말했다.
“얘야, 내가 네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단다. 그 비법은 저 바이올린 안에 숨겨져 있다. 그런데 단 하나 약속을 할 게 있어. 그 비법을 네가 만 번째 바이올린을 치는 날 꺼낼 수 있단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너는 죽을 때까지 앞을 볼 수 없을 거야. 꼭 잊어버리지 말고 만 번째 바이올린을 켜는 날 그 비법을 꺼내 읽어보아라.”
손자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꼭 지키겠노라고 눈물로 약속했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 후 손자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며 열심히 바이올린을 연습했다.
세월이 흘러 만 번째로 바이올린을 켜는 날. 그 손자도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손자는 죽기 전 눈을 뜰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바이올린 안에 고이 접어져 있던 하얀 종이를 꺼냈다.
그런데 그의 등 뒤에서 이웃에 있는 사람들이 그에게 소리쳤다.
“여보슈, 그건 그냥 흰 백지구만!”
그 말에 손자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 글자도 안 적혀 있다니.... 지금까지의 삶을 지탱해 온 것이 거기에 다 담겨 있는데....’
손자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웃음 지었다.
‘왜 할아버지가 그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손자는 할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그 백지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바로 미래를 향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손자가 험한 이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메시지였다는 사실을. 강인한 희망의 지팡이가 있었기에 자신감으로 살아 올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인생 나그네의 삶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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