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11

합천 가야면 홍류동계곡 소리길과 팔만대장경: 해인사 가는 길 6㎞… 쉿! 속세의 시비 소리 귀에 들릴라

합천 가야면 홍류동계곡 소리길과 팔만대장경 합천 가야면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홍류동 계곡 소리길. 가야산 홍류동 계곡은 최치원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첩첩 바위에 세차게 부딪치며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지척에서 하는 소리 알아듣기 어려워라 / 속세의 시비 소리 귀에 들릴까 염려하여 / 일부러 흐르는 물로 산을 둘러싸게 하였다네.” 최치원이 지은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의 시구다. 독서당은 가야산 서남쪽 홍류동 계곡에 지은 정자다. 지금은 시구의 한 대목을 따 ‘농산정’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다.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해 6년 만에 빈공과에 장원급제했지만, 귀국해서는 고운(孤雲)이라는 호처럼 구름 같은 삶을 살았다. 태어난 해(857년)는 알아도 언제..

여행 2022.07.27

삭힌 홍어의 원류, 영산도를 아십니까?

이미지 크게보기영산도에서 바라본 흑산도. 직선거리로 3km. 흑산도에서 영산도는 매일 1회 운항하는 도선으로 건너간다. 삭힌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 원초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향기는 ‘음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형이상학적인 생각까지 들게 할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의 흐름 저편에서부터 발효된 홍어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거역하기 힘든 이 과정은 맹숭맹숭한 평양냉면 육수를 처음 접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양냉면 마니아로 변해가는 과정과 닮았다. 그런데 홍어는 도대체 왜 삭혀 먹을까? 정작 홍어의 성지라는 흑산도에서는 잡은 홍어를 삭히지 않고 회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이미지 크게보기영산도는 국립공원공단에 ..

여행 2022.05.24

전남 신안 기점·소악도: 주민 100명 남짓 섬마을...코로나 뚫고 한 해 5만 관광객 몰린 비결은

편집자주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7일 전남 신안군 대기점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다. 신안=왕태석 선임기자 주민 100명 남짓한 전남 신안의 섬마을 기점·소악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해의 다른 작은 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였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언제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될 수도 있는 쓸쓸한 곳이었다. 하지만 놀랄 만한 반전이 일어났다. 섬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다녀간 관광객만 5만3,000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45명꼴이다. 섬에 사는 주민..

여행 2022.04.22

창녕 남지읍 개비리길과 낙동강 유채꽃밭: 누렁이의 모정, 군마(軍馬)의 충정 서린 낙동강 벼랑길

창녕 남지읍 북측 낙동강 자락을 따라 걷는 남지개비리길. 새끼에게 젖을 물리려는 누렁이의 모정이 서린 길이다. 경남 창녕의 가장 남쪽에 남지읍이 있다. 들도 넓고 강도 넓어 인심도 물산도 넉넉해 보인다. 함안·의령과 마주 보는 낙동강 자락은 해발 200m에 미치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로 연결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산이랄 것도 없지만, 시장이든 학교든 남지읍을 오가야 하는 골짜기 주민들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힘들게 고갯길을 넘는 대신 위험하게 강자락을 걷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사람 겨우 지날 정도의 그 벼랑길을 정비한 ‘개비리길’이 요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까지 정비해 숱한 옛이야기를 더한 길이다. 창녕 남지 개비리길 위치. 그래픽=성시환 기자 의..

여행 2022.04.20

신안 홍도: 동백꽃 후두둑 떨어져도… 바위 꽃 무수히 피어나 붉은 섬

유람선이 홍도 10경 중 제1경인 남문바위 부근에 잠시 멈춰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면 바다에 흩뿌려진 기기묘묘한 바위 절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섬이 많아 ‘천사(1004)의 섬’이라 자랑하는 신안은 대부분이 다도해국립공원에 속한다. 섬과 섬을 잇는 배에서 보면 바다가 섬에 갇힌 형국이다. 이런 풍광도 흑산도 가는 뱃길에서만은 예외다. 목포에서 출항한 쾌속선이 도초도를 지나면 한 시간가량 거칠 것 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홍도는 흑산도에서 바깥 바다로 다시 30분을 달려야 닿는 곳이다.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약 133㎞, 2시간 30분이 걸린다. 섬 전체가 1965년 천연기념물,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9년부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다. 경관이..

여행 2022.04.13

무주 내도리: 자박자박 소읍탐방'앞섬·뒷섬' 산속 섬마을... 물돌이 강변 따라 봄소풍 가는 길

무주 내도리는 금강이 휘어 흐르며 육지 속의 섬을 형성한 곳이다. 물돌이 지형의 앞섬마을(가운데)와 뒷섬마을(오른쪽 위)로 구분된다. “2주 후면 딱 좋은데….” 지난달 30일 봄꽃 개화 상황을 묻는 질문에 무주군청 공무원은 좀 나중에 오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그때면 전국이 찬란한 봄날일 텐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무주의 봄날은 특별하다’고 자랑한다. 산이 높은 무주의 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더디다. 전국의 벚꽃 명소에 꽃비가 내릴 때쯤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대전에 이르기까지 북으로 흐르는 금강을 따라 북상한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꽃길, 꽃밭이 아니라 구불구불 휘어진 물길에서 산자락으로 자연스럽게 피어오른다. 깊은 산중에 물돌이 마을, 앞섬과 뒷섬..

여행 2022.04.06

부산 대표 관광지 꿈꾸는 곳... 알고 보니 '오랑·시랑' 원조 놀이터: 오시리아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어원이 된 바위 절경 시랑대. 바로 옆 해동용궁사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시랑대는 잊힌 존재로 남았다. 부산 동해선 전철역 중에 ‘오시리아’역이 있다. 해운대에서 기장군으로 접어들어 첫 번째 역이다. 무슨 근본 없는 외래어인가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장 바닷가의 명소 오랑대와 시랑대의 머리글자에 외국 지명에 흔히 쓰는 접미사 ‘이아(-ia)’를 붙였다. 일대는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 중이다. 2015년 국립부산과학관 개관을 시작으로, 힐튼호텔과 아난티콘도 등 숙박시설, 이케아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등 쇼핑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31일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개장한다. 압도적 규모의 현대적 놀이시설이 속속 들어서는 가운데, 정작 오시리아의 어원이 된 원조 놀이터..

여행 2022.03.31

경상북도 청송 여행

경상북도 청송 여행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청송 겹겹이 둘러싸인 산의 비경 웅장한 빙벽 얼음골 ‘핫플’ 새하얀 백석탄·자작나무숲 겨울철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경북 청송 얼음골의 빙벽. 허윤희 기자 청송은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경상북도의 3대 오지인 ‘비와이시’(BYC, 봉화군·영양군·청송군) 중 한곳. 군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지대이고 공장 굴뚝 하나 없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청정지역인 이곳은 최근에는 비대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에 찾은 청송군 주왕산면에 있는 얼음골.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 뒤에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62m의 폭포가 꽁꽁 얼어 있었다. “우와! 멋있다”, “눈부시다” 여행객들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얼음에서 나오는 ..

여행 2022.01.14

부산 가덕도: 바람 타는 섬, 150년 동백숲도 스러지려나

신공항 활주로로 변하게 될 가덕도 외양포. 일제강점기 마을 전체가 일본군의 요새였고, 마을 뒤편에는 1904년 건설한 막사와 무기고 등이 남아 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섬, 가덕도는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섬이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며 여론의 중심에 선 곳이다.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고, 9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돼 15년간의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부산시에서 내놓은 계획안을 보면 섬 남쪽에 활주로를 건설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배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4년부터 공사가 시작되면 어떤 마을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일부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가덕도의 제 모습을 볼 날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여행 2021.12.29

예천 용궁면 회룡포와 삼강주막

비룡산 능선부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내성천이 크게 휘감는 바깥으로 넓은 모래사장이 형성된 전형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마음속 용궁은 당연히 바다에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용궁을 ‘전설에서 바닷속에 있다고 하는 용왕의 궁전’으로 정의한다. 고전소설 ‘토끼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 ‘수궁가’의 영향이 컸을 듯하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을 연꽃에 실어 물위에 올려 보낸 것도 바다의 용왕님이다. 전국에 ‘용(龍)’ 자가 들어간 유적과 명승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용왕님의 거처를 정식 지명으로 사용하는 곳은 예천 용궁면이 유일하다. 바다와 거리가 먼 경북 내륙의 작은 고을은 어떻게 용궁이 됐을까. 똑 부러지는 명쾌한 답을 찾긴 어렵다. 곳곳에 흩어진 용의 편린들을 찾아간다.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여행 2021.10.13